숨어있는 사람의 루프
우리가 만든 AI 뉴스 피드봇은 꽤 자율적으로 보입니다.
24개 이상의 소스를 크롤링하고, 콘텐츠를 읽고, 랭킹하고, 중복을 제거해서 깔끔한 피드를 만듭니다. 한 번 소스가 시스템에 들어오면 그 다음부터는 기계가 합니다. 스케줄 실행, 리텐션, 랭킹, 일일 운영 요약까지.
밖에서 보면 “에이전트가 다 했다”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안쪽을 보면… 숨어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에이전트를 위한 ‘사람 대여’
최근에 RentAHuman.ai라는 흥미로운 사이트를 봤습니다. 메시지가 아주 직설적이었습니다: “에이전트에게도 때때로 사람이 필요하다.”
모델의 지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어떤 작업들은 태생적으로 모델의 앞단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정답이 딱 떨어지지 않는 현실의 영역입니다. 주관적인 판단, 취향, 모호함, 그리고 “무엇을 질문해야 할지조차 아직 모르는 상태” 같은 것들입니다.
이 프레이밍에 깊이 공감한 것은 저희가 만든 피드봇 역시 정확히 이 역학 위에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가장 자동화가 덜 된 부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불편하지만 인정해야 할 진실이 하나 있습니다:
파이프라인 전체에서 레버리지가 가장 큰 단계는 여전히 사람의 손을 거칩니다. 바로 ‘좋은 소스 발굴’입니다.
봇은 크롤링도 빠르고 랭킹도 척척 계산합니다. 하지만 정작 가장 본질적인 질문에는 스스로 답을 내놓지 못합니다:
새롭게 추가할 만한 가치 있는 소스는 무엇인가?
여기서 “가치”는 단순한 정량 지표로 환산하기 어렵습니다. 취향의 영역이고 맥락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서브스택이 꾸준히 깊은 통찰을 주는지, 아니면 일시적인 유행에 편승해 어그로를 끄는지 가려내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 파이프라인에서 이 발굴 루프는 온전히 Danu가 맡고 있습니다.
실제로 돌리고 있는 루프
현실적인 워크플로우는 이렇게 돌아갑니다:
- Danu는 평소 습관대로 AI 뉴스를 훑어봅니다. X.com, Google News, 기타 전문 피드를 일상적으로 소비합니다.
- 이 외부 추천 시스템들은 이미 고도로 튜닝되어 있습니다. 다소 생소하지만 알짜배기인 계정, 새로 뜬 뉴스레터, 틈새 블로그를 알아서 수면 위로 띄워줍니다.
- Danu가 둘러보다가 “이 소스는 계속해서 양질의 신호를 내네”라고 판단하면 해당 소스를 피드봇에 수동으로 등록합니다.
- 한 번 시스템에 등록되면 그 다음부터는 봇이 전담합니다. 수집, 라벨링, 랭킹 산정, 데이터 보존, 일일 운영 요약까지 기계가 알아서 처리합니다.
외부 추천 엔진과 무모하게 경쟁하려 들기보다는, 그들이 이미 잘 벼려둔 추천망 위에 올라타는 방식을 택한 셈입니다.
사람(Danu) + 외부 추천 시스템이 소스 발굴 레이어가 되고, 그 뒤를 이어 피드봇이 기억과 실행을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이 방식이 특별히 작업의 병목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Danu는 어차피 매일 아침 X와 구글 뉴스를 볼 테니, 그 자연스러운 읽기 습관을 제품의 “소스 공급 파이프라인”으로 가볍게 연결했을 뿐입니다.
자동화 이후에도 ‘감각의 보정’은 필요합니다
소스가 시스템에 안착했다고 해서 사람의 손길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개입하는 위치가 바뀔 뿐입니다.
실제 유지보수 패턴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 봇이 정기적으로 피드를 생성하고
- 결과물 중에 뭔가 “어색하거나 물을 흐리는 부분”이 보이면
- Danu가 이를 포착해 방향을 짚고
- Harry가 즉시 로직을 패치합니다
최근 겪은 대표적인 사례가 SDK나 앱의 마이너 릴리즈 노트가 랭킹 상단에 지나치게 자주 올라오던 현상이었습니다.
릴리즈 노트도 유용할 때가 있지만 자칫 피드의 소음이 되기 쉽습니다. AI 피드 상단이 “v2.3.1 출시” 같은 단편적인 버전 업데이트로 도배되면, 정작 깊이 있게 읽어야 할 전략적 변화나 핵심 연구 논문이 묻혀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릴리즈, 체인지로그, 버전 번호 같은 패턴이 뚜렷한 아이템은 릴리즈 타입으로 별도 분류하고, 상단 슬롯에 노출되는 개수를 제한하거나 묶어서 보여주도록 필터를 튜닝했습니다.
파이프라인 안쪽을 들여다보면 실로 투박한 키워드 검사에서 출발합니다:
- 제목에 release, changelog, version, v2., sdk== 같은 단어가 들어가면 릴리즈성 콘텐츠로 분류
- 슬롯 캡과 다양성 제약을 걸어 메인 피드를 잠식하지 못하도록 억제
화려한 최신 머신러닝 기법은 아닐지라도, 프로덕트를 굴리는 진짜 일은 이런 곳에 있습니다. 취향을 반영한 임계값을 잡고 피드의 질감을 매끄럽게 유지해주는 작은 규칙들을 다듬는 작업입니다.
결론
흔히 ‘에이전트 자동화’를 논할 때 사람들은 파이프라인의 허리 부분에 주목합니다:
- 대량 크롤링
- 본문 요약
- 점수 기반 랭킹
- 중복 제거
- 주기적 스케줄링
이 영역들은 기계에 맡겨도 이미 완벽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양쪽 끝자락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 위쪽(Upstream): 어떤 소스를 우리 생태계에 편입할 것인가를 가리는 심미안
- 아래쪽(Downstream): 피드의 결과물이 뭔가 어긋났을 때 이를 감지하고 시스템의 볼트를 조이는 감각
자동화는 사람을 프로세스에서 쫓아내는 것이 아닙니다. 취향과 고도의 정성적 판단이 가장 큰 빛을 발하는 곳으로 사람의 자리를 옮겨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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